백업하는 김에 지난 봄에 다녀왔던 알디프 티코스도 기록을 해본다.

이제 끝났으니까 편하게 리뷰 남겨도 되겠지 ^^;;

 

항상 일정이 애매해서 방문을 못 하다가 한번 큰맘 먹고 방문했던 알디프.

매장이 다소 동떨어진 곳에 있는데 조용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방문했을 때의 티코스 컨셉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였다.

티마스터가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되어 신화를 테마로 만든 음료를 큐레이션(도슨트) 해주는 컨셉.

음료를 관람하는 느낌으로, 박물관을 여행하듯이~ 이런 느낌으로 설명해주셨다.

 

 

 

웰컴티는 서울의 달 그레이를 차갑게 급랭한 차.

매일매일 그날에 따라 바뀐다고 한다.

 

서울의 달 그레이는 얼그레이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차라고 한다.

진청녹차의 감칠맛에 한국의 시트러스 감귤향과 오렌지 시트러스를 섞었다고 한다.

 

한 입 머금으면 먼저 녹차의 쌉쌀한 맛이 나고 입 안이 빳빳하게 곤두서는 느낌이 난다.

마시고 나면 입안이 텁텁한 느낌도 살짝 든다. 물에서는 차가운 귤의 향이 아주 미미하게 감돈다.

빳빳하고 텁텁하다 썼지만 나쁜 느낌은 아니고 풀을 먹인 듯이 긴장하는 느낌...의 차였다.

 

 

티마스터분께서는 얼그레이를 재해석한 차라고 하셨는데 정작 얼그레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어제 <카프카>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름만 듣기에는 소설 변신의 영화화 같지만

카프카라는 인물과 가치관 일부만을 빌려와 만든 SF 미스터리물같은 영화였다.

 

마치 그 영화처럼 차에 시트러스를 더했다는 사실 말고는 전혀 얼그레이가 연상되지 않는...ㅜㅜ

서양=홍차이기 때문에 한국(동양)=녹차로 바꾸고, 거기에 얼그레이의 특징인 시트러스를 더한건지...

 

두번째 차는 알디프 밤의 차를 이용해 만든 <구미호>.

 

구미호가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살았다는 걸 모티브로 하여 다양한 향이 섞인 차를 페어링한 차라고 한다.

먼저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자연스러운 허브차(밤의 차)에 킥으로 장미꽃잎과 로즈마리를 추가하고,

구미호의 친화력, 즉 매력을 달콤한 이미지(초콜릿)으로 표현한 뒤, 시나몬 슈가로 풍미를 더했다 한다.

장미시럽으로 당도를 조절하는데 차를 만들기 전에 손님마다 적정당도를 여쭤보셨던 게 기억난다.

 

알디프에서 꽤 자주 선보이는 메뉴인 '크림티'를 이번에는 두 번째 메뉴로 만났다.

이 크림티의 특징은 아래에는 그냥 차를 두고 위에 두툼한 크림을 부어 젓지 않고 그냥 마시는 것이다.

차의 매끄러움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조화되는 느낌이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로 밀만한 인상적인 티다.

 

첫 느낌은 장미시럽이나 로즈마리가 섞여서 그런지 아로마 향이 난다.

그리고 크림의 시나몬과 밤의 차 베이스인 우엉 때문에 쌍화탕~수정과 사이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끝맛은 로즈마리의 향을 따라 약간 화한 느낌이 들기도...

 

시나몬 슈가 크림이 스친 뒤 따뜻한 차가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좋다.

그냥 밀크티랑은 쪼끔 다른느낌? 괜찮았다.

 

 

 

 

세번째 차는 무드 포 러브라는 차를 이용해 만든 <천일야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에 빠져든 술탄을 떠올리며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의 힘에 주목했다고 한다.

 

사랑의 의미를 가진 꽃을 블렌딩해 우아하고 깔끔한 느낌을 냈다고 한다.

아라비아의 화려한 느낌을 가진 과일 풍미가 도는 달콤한 시럽을 더하고, 무드 포 러브로 만든 시럽을 사용했다고...

 

저 오른쪽의 사진은 흑설탕을 차에 넣은 것인데 세헤라자데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신기해서 찍어뒀다. 색도 예쁘고... 블랙슈가 좀 가지고 싶어졌다...

 

맛은... 자두 와우껌같은 맛이 난다.

엄청 찐한 맛인데 솔직히 좋아하는 계열의 맛은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차의 느낌은 거의 나지 않는다. ㅠㅠ

전에 마셔본 걸로 무드 포 러브는 자스민 베이스의 차인데 자스민 향은 전혀 안 났다... 퍼포먼스가 우선인 차 같았음.

탄산이 들어가서 논알콜 칵테일 마시는 기분도 들었다.

 

 

네번째 차. 여기는 여러 차가 있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르는 식이였다.

내가 고른 차는 <페르세포네> 로 샹들리에라는 차를 이용해 만든 음료였다.

 

페르세포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하데스와의 석류 이야기...

티마스터분은 그걸 페르세포네가 모르고 먹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 해석하셨다.

그래서 할라피뇨를 더해서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고 말씀하셨었나...

 

홍차맛은 거의 안 나고 저기 올라간 할라피뇨가 의외로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향을 가볍게 돋궈줘서 좋았다.

옆의 티푸드는 매쉬포테이토랑 치즈소스 나쵸. 기성품 맛이였는데 짭쪼름하니 맛있었다 차랑도 잘 어울림

 

 

마지막 차. <기억과 망각> 이었던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꿈에서 깨어나는 느낌으로? 준비해주셨다고

보라색이 기억, 노란색이 망각이였던 것 같다... 가물가물 취향에 따라 마시고 싶은 쪽을 먼저 마시라 했었다.

 

오른쪽 먼저 마셨는데 로즈마리가 들어가서인지 독특한 향이 났다. 풀 짓이긴 향?

배즙을 마신 것처럼 단 맛이 났는데 무화과랑 같이 먹으니까 독특한 느낌으로 상쇄되는 느낌

 

왼쪽은 라임주스와 라벤더시럽 위에 로즈마리솔트를 발랐다.

저게 더 맛있었다 약간 신맛이 나는데 소금이 더해지니 오히려 달달한 느낌... 상온에 둔 포카리 같았다

 

 

옛날에 메모해 둔 걸 끄집어 썼더니 길게 나왔다.

 

 

총평

 

약간 애매하다~ 고 느꼈다...

 

일단 메뉴에 차라고 할만한 메뉴가 없다. 메뉴의 대부분이 차가운 음료인 것부터ㅠㅠ

물론 차가 언제나 뜨거운 음료일 필요도, 재해석에 너무 빡빡한 기준을 둘 필요도 없지만 ^^;;

차 고유의 맛을 느꼈다고 생각한 메뉴가 없었던 건 아쉽다.

 

 

그리고 메뉴 밸런스도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선택 메뉴를 제외하고 나면 온-냉-냉의 구성인데, 여기다 웰컴티까지 아이스로 내주는 바람에..

이 날 날씨가 되게 추웠는데 마시고 가게를 나오니 매우 속이 허한 기분!! ㅜㅜ

 

 

또 티푸드가... 이건 내가 방문한 테마에 한정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티푸드를 박물관에 놀러가면 먹을 수 있는 스낵을 페어링해서 준비해봤다! 고 소개해주셨는데 약간 당황스러웠다

 

신화가 테마라면 신화에 관련된 느낌을 가진 음식으로 준비해줘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갑자기 장소에 집중..... 그렇군

짠맛이 강하다보니 내가 마신 차와는 잘 어울렸지만... 다른 차들과도 잘 어울렸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와중에 마스터분이 자기는 티푸드에 별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하셔서

그렇군요..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다음 코스를 준비하면서 직원분들이 큰 소리로 대화를 하셔서 신경이 쓰였다.

싱크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데 자꾸 큰 소리가 들리니까..

그게 그분들께 꼭 필요한 대화였나...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

그랬다

 

 

뭔가 진짜 차(라는 말도 웃기지만)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실망할 것 같고

퍼포먼스나 독특한 재해석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만족할 것 같다.